참고자료:
너무나도 일방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분들 대부분들 이렇게 생각했다. 12월 19일 통진당 정당해산심판청구는 8대1의 재판관 의견으로 인용되었다. 나는 대충 5대4의 의견으로 기각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인용 여부의 결론 예측을 떠나서 대부분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예상했을 것이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7대2였다. 왜냐하면 현재 9인의 헌법재판관 중 야당 추천 재판관은 2명이기 때문이다. 결국 8대1이라는 숫자는 사실상 헌법재판관 전원이 위헌정당해산결정 인용의견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1
이 글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기존 논리와 비교해서 이번 결정을 검토하고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공부를 시작한 이래 본 판례 중에서 가장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헌재결정이라고 생각한다(종전까지는 관습헌법 결정). 2
이번 사건의 논리적 문제점들
1. 법상 근거가 없는 의원직 상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정당해산심판과 관련하여 당적보유중인 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는 법률상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헌정당해산심판이 선고될 경우 해당 정당의 의원들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설상의 대립만 있었다.
애초에 우리 헌법재판소는 적어도 지역구 국회의원의 위임에 대해 이른바 자유위임으로 해석하여 정당의 당직과 무관하게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이것이 국회의원이 탈당하더라도 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다. 반면 비례대표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정당에 기속되는 정도가 크다고 보고 정당과 관련된 사유에 있어 일정한 경우 의원직을 상실토록 했다. 3
이런 논리상의 흐름대로라면 정당의 위헌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적어도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케 하는 것은 모순이다. 오히려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국회의원의 권리를 헌법재판소가 법률을 창조해서 빼앗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 다수의견은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위헌적인 정치이념을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서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므로" 통진당 의원들의 의원직 당연상실을 결정했다.
백보 양보해서 비례대표의원의 정당기속을 생각하면 비례대표의원 2인의 의원직 상실까진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끼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의 지역구 의원에 대해서는 명백한 헌재의 법창조적 해석이다.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 의원들의 위헌적 사상 내지는 행동이라도 입증되었어야 했다.
2. 비례원칙에 따른 위헌정당해산심판심사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이번 결정요지에서 "강제적 정당해산은 핵심적인 정치적 기본권인 정당 활동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 제한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만 한다"는 것을 논리적 전제로 삼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헌법 제8조는 정당의 권리를 헌법적 수준에서 보호하고 있으며 동조 제4항에서 위헌정당해산심판사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것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가 아닌 이상 정당은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비례의 원칙은, 쉽게 설명하면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위헌성을 심사하는 척도라고 보면 된다. 달리 말하면 비례원칙으로 심사할 경우 위헌으로 판명날 경우는 극단적으로 적어야 함이 논리적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엄격한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위헌판단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이번 또한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입증에 있어, 비례원칙을 통한 위헌성 확인이 될 만큼 입증되었을까?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독일 공산당 해산심판의 경우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심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일 공산당 해산결정은 잘못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만큼 고려할 것이 많은 사안을 헌법재판소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심사한 것이다. 비례원칙에 따른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은 결정문 요지에서도 느껴진다. 목차를 바꿔 계속 서술한다.
3. 위헌정당해산의 요건
헌법 제8조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제8조 ①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②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③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④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
제8조 제4항이 위헌정당해산의 요건이 된다. 즉, 목적이나 활동 둘 중 하나라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위헌정당에 해당한다.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모든 폭력적ㆍ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와 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라고 설시하고 있다.
다수의견의 논지는 대충 이렇다. 통진당의 주도세력은 이른바 NL 계열에 속하고 이들의 목적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들의 활동(내란 회합) 역시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통진당 주도세력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고 통진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통진당 전체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따라서 한국 사회를 전복시키려는 위헌정당이다. 그렇다면 통진당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정당해산은 필요한 수단이면서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통진당의 해산심판은 비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여기서의 논리적 전제는 결국, 이석기 등이 포함된 이른바 통진당의 주도세력이 결국 통진당 전체 의사를 대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정당에 관한 종래 이론과 상충하는 논리다. 정당은 일부 주도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반대의견에 명확히 드러나 있듯이 정당의 목적과 활동은 정당의 "전체" 구성원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다만 다수의견의 논리구조 전제에서는 과거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 조작 사건 등"이 고려되었을 수는 있다. 즉, 주도세력이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기초로 정당 전체의 목적과 활동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에서 설시했다시피, 통진당의 구성원은 이른바 종북적 주도세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일반 당원들이 주체사상과 같은 사상이 아니라 정당의 강령 그 자체를 정치적 목표로 삼고 활동하고 있다. 그런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과연 비례원칙이 요구하는 침해최소성 등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반대의견에서 설시한 것처럼 한국에서 용인되지 않는 이념을 신봉하는 자들은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그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결정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하면 될 일이다. 내가 이번 결정에 있어 비례원칙에 따른 침해최소성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앞으로 생길 문제들
1. 통합진보당 기존 강령과 동일 · 유사한 강령 사용 불가
정당법 제40조는 다음과 같다.
제40조(대체정당의 금지)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된 때에는 해산된 정당의 강령(또는 기본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즉, 통합진보당의 기존 강령과 동일 · 유사한 강령을 가진 정당을 창당할 수 없다. 문제는 통합진보당의 기존 강령이 NL 등 이른바 북한 체제 혹은 주체사상과는 전혀 무관한 진보적 정치선언이라는 점이다. 문리적으로만 정당법 40조가 적용된다면 사실상 향후 진보정당이라는 것은 창당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물론 적당히 완화해서 해석할 가능성이 크지만 문리적 해석의 위험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또 다른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강령과 관련해서는 위 조항을 어떻게 적용 내지 해석할지 문제된다.
2. 집시법상 집회금지사유 적용의 남용 가능성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집회 시위의 금지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제5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통진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시위는 금지된다. 만약 통진당이 국가전복단체이고 국가전복의 목적을 막는다는 측면으로 이 조문을 운용한다면 당연한 규정일 수도 있다.
문제는 종전 통진당 당원들의 향후 정치적 활동이다. 그들 중에 얼마나 많은 수가 노조 혹은 농민단체에 포함되어 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 규정의 해석을 정말 최광의로 해석해서 기존 통진당 소속 당원들이 포함되어 있는 노조나 농민단체의 집회, 시위가 위헌정당의 목적달성을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전부 금지시킬 여지까지 생겨버렸다. 물론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그런 위헌적 해석이 가능할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법치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결국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소결
남한이 북한에 비해 체제적으로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여러 가지 있다. 나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민주정을 논할 수 없지만, 남한에서는 사회주의를 논할 수 있다. 이것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거이면서 결과물이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권리들은 중요하다. 따라서 이를 제한하는 데는 엄격한 적법절차와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대전제가 성립한 후에야 헌법이 보호하는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있어서는 이러한 논리적 뒷받침이 부족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수 차례의 정치적 결정을 통해 가장 강력한 법률해석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은 논리적 정당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권력자의 자랑밖에 되지 않는다.
정의당은 통진당의 주요세력들에 반발해서 뛰쳐나온 진보정당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 결정을 반대한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통진당과 얽히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정당이다. 그런 사람들도 이번 결정을 반대한다. 국제 엠네스티는 내가 아는 한 가장 공신력 있는 국제적 인권단체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 결정을 반대한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검색기능 제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일단 댓글 기능을 막아두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둔 것입니다.
-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관례로 굳어진 것이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재판관 3명 중 2명은 야당 추천 인사로 하는 것이 관행이다. [본문으로]
- 전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비판을 가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주고 읽어주기 바란다. [본문으로]
-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 비례대표국회의원 또는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이 소속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국회법」 제136조(退職) 또는 「지방자치법」 제78조(의원의 퇴직)의 규정에 불구하고 퇴직된다. 다만, 비례대표국회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당선되어 「국회법」 규정에 의하여 당적을 이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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