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네이버와 다음의 도전웹툰 형식으로 연재되는 웹툰 중에 '지구와 사람과 동물'(이하 "지사동"이라고 줄여씁니다)이라는 웹툰이 있습니다. 저도 알게 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 완성도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소재도 탁월한데 패러디나 그림체도 정말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 포털에서의 연재분을 보면 항상 댓글에는 이런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 훌륭한 웹툰을 왜 정식연재시키지 않는 거냐?"
많은 웹툰작가 지망생들이 정식연재의 꿈을 안고 네이버의 '도전만화'나 다음의 '웹툰리그'에 연재를 합니다. 하지만 선택받는 작가는 극소수죠. 그런 의미에서 정식연재는 꿈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정식연재 역시 계약에 해당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포털에서 웹툰 연재계약을 체결할 때의 세부조건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일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작가들에게도 입단속을 시킵니다. 그래서 그 세부적인 내용을 함부로 논하긴 조심스럽습니다만, 지사동의 현재 연재 구조등을 미루어봤을 때 작가 스스로 연재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점을 짐작케 하는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단, 아래에서 논의하는 것들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근거해서 추론하는 것일 뿐 정확하게 파악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지사동의 경우 주연재는 자신의 홈페이지(링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여기서 캐릭터 상품을 직접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내용으로 미루어봤을 때, 다양한 파트너십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행본 역시 작가가 직접 출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포털에서 정식 연재 웹툰들은 웹툰의 캐릭터 상품을 포털에서 직접 개발, 판매하고 있으며 단행본 역시 연재계약의 일부로 포함되는 것으로 보입니다(확실치 않습니다). 어쨌든 정식 연재 웹툰에 있어서 원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지만 이에 파생되는 다양한 상품들은 포털을 통해서 개발됩니다(최근 자주 나오는 브랜드웹툰은 어떻게 계약이 체결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중요한 차이점을 아시겠나요? 웹툰 연재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작가는 자신의 연재웹툰과 관련된 기타 권리에 제한을 받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계약의 반대급부로 그 권리를 사업자에게 이용허락(내지는 양도)하게 됩니다. 이것이 항상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게, 대부분의 웹툰작가 지망생들은 그림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데뷔한 것이고 경영수완이나 사업능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런 작가들에게 연재 이후의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포털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가 만화를 연재하면서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정식연재계약은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리스크를 다 지고 웹툰 및 그와 관련된 사업을 다 하고 다 챙기느냐, 좋은 파트너를 구해서 좀 더 편하게 연재를 하느냐. 제가 보기에 적어도 지사동의 작가는 공익적 목표라는 측면에서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경제적인 차이가 계약에 있어서 이른바 갑을관계(저는 그닥 좋아하는 표현이 아닙니다)를 만들기는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경제적으로 약자인 쪽이 항상 "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물론 경제력에 따른 계약의 유불리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무조건적인 진리인 대전제로 간주하고 흐름을 읽을 경우 많은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점은 이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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