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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기타

영화 다운로드에 대한 잘못된 저작권법 뉴스 분석

어제 모 매체에 영화 다운로드가 저작권법으로 합법인지에 대한 뉴스(라기보다는 포스팅에 가깝지만)가 올라왔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고 나니 정말 큰일날 소리를 하더군요.


관련뉴스: (-.-)a "인터넷으로 영화 다운받는 게 불법인가요?"


글의 취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영화를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는 행위는 저작권법 30조가 용인해주고 있다.

2. 토렌트 시드를 공유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부 학설에서 주장되고 있는 내용을 일반적인 이론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다가, 잘못된 법률 해석은 형법상으로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글은 정말로 위험합니다. 이제 그 점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저작권법 제30조의 취지와 요건


저작권법 30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법의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예를 떠올려보면 됩니다. 가령 A라는 사람이 어떤 책을 샀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어머니와 함께 보고 싶은데, A는 얼마 후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그래서 그 책을 복사해서 어머니께 드리고 자신은 여행을 떠납니다.


저작권 중에서도 저작재산권에는 복제권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복제"하는 권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각주:1] 일반적으로 저작물(저작권이 아님!)을 구입했을 때 복제권까지 양도받았다고 해석하진 않습니다(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누군가 게임 시디를 사서 복제해서 뿌려도 합법적인 것이 되죠). 그런데 예시로 든 상황에서까지 복제를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이용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제한적으로나마 복제권의 행사를 개인에게 허용해 준 것입니다.


저작권법 30조의 요건은 1) 공표된 저작물일 것, 2) 비영리 목적일 것, 3) 개인 또는 가정이나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일 것, 4) 이용자의 지배 하에 있는 복제기기를 사용한 이용자에 의한 복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링크한 뉴스기사는 "영화가 공표된 저작물이므로 인터넷 다운로드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한다"는 것을 논리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1)의 요건과 관련해서, 공표된 저작물을 제3자가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사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그 제3자가 저작물을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문제의 글은 "공표"되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취지로 논지를 전개합니다만 이러한 논리는 배척될 가능성이 큽니다. 뉴스기사에서 언급한 판례[각주:2]도 같은 취지에서 판단한 내용입니다.


저작권법 30조가 상정한 상황은 제가 예시로 든 상황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독일과 일본 저작권법은 우리 저작권법 30조에 해당하는 조문을 수정하여 "적법한 복제물"만을 조문의 적용대상으로 바꿨습니다. 한국 역시 개정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복제"에 해당하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내지 파일을 유형적 매체(디스크 등)로 복사하는 것은 복제권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인터넷을 통한 전송은 전송권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각주:3] 다만 이러한 해석은 아직 명확하지 않고, 앞서 밝힌 "공표된 저작물"과 관련된 문제만으로도 문제의 글이 얼마나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토렌트의 시드(seed) 공유행위


이 글에서 두 번째로 문제될 만한 내용은 토렌트의 시드파일 공유가 불법일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 서술한 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토렌트 시드파일은 다운로드의 매개가 될 뿐 저작물을 직접적으로 다운로드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점만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정말 위험합니다. 소리바다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습니다.[각주:4]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의 침해를 방조하는 행위란 정범의 복제권 침해를 용이하게 해주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로서, 정범의 복제권 침해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는 물론, 복제권 침해행위에 착수하기 전에 장래의 복제권 침해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해주는 경우도 포함하며, 정범에 의하여 실행되는 복제권 침해행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정범의 복제권 침해행위가 실행되는 일시, 장소, 객체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없으며, 나아가 정범이 누구인지 확정적으로 인식할 필요도 없다

P2P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음악파일을 공유하는 행위가 대부분 정당한 허락 없는 음악파일의 복제임을 예견하면서도 MP3 파일 공유를 위한 P2P 프로그램인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무료로 널리 제공하였으며, 그 서버를 설치·운영하면서 프로그램 이용자들의 접속정보를 서버에 보관하여 다른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용이하게 음악 MP3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자신의 컴퓨터 공유폴더에 담아 둘 수 있게 하고, 소리바다 서비스가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는 경고와 서비스 중단 요청을 받고도 이를 계속한 경우, MP3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이용자의 행위는 구 저작권법(2006. 12. 28. 법률 제810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4호의 복제에 해당하고, 소리바다 서비스 운영자의 행위는 구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행위의 방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밑줄은 글쓴이가 침)


용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방조범은 정범(실제 범죄를 행한 범인)의 범죄를 돕거나 용이하게 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판례의 내용을 쉽게 풀어쓰자면, 방조범은 정범의 범행을 용이하게만 하면 얼마든지 성립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토렌트의 시드파일 공유가 저작권침해의 방조범에 해당할 여지는 상당히 높습니다. 물론 문제의 글에서 밝혔다시피 토렌트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이 상당히 더디게 나오고 있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법률의 무지는 면책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토렌트의 시드파일 공유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정말 좋은 행위입니다. 문제의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토렌트를 통한 다운로드 행위는 명백한 전송권 침해이기 때문입니다.[각주:5]


기타


문제의 글에서는 유명대학의 법학 교수나 변호사분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만, 인용된 부분을 볼 때 그분들의 전체적인 취지는 "일이 터져봐야 알겠지만 위법성이 있을 우려가 크다"는 의미로 말씀하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사건이 일어나야 결론을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저 글을 믿고 행동하셨을 때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시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1. 더 자세한 내용은 저작권법 제2조 22호 참조. [본문으로]
  2. 서울중앙지법 2008.8.5. 2008카합968 결정. [본문으로]
  3. 저작권법 제2조 10호 참조. [본문으로]
  4. 대법원 2007.12.14. 선고 2005도872 판결. [본문으로]
  5. 사실 여기서도 글의 모순이 드러난 게, 인터넷 다운로드를 앞에서는 "복제권"의 문제로 다루다가 토렌트에 와서는 "전송권"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