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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기타

침해물로의 링크와 저작권침해죄의 방조(일명 "츄잉" 사건)

※ 대학원 발표과제문을 기초로 작성된 글이며, 주된 참고자료는 박준석, '침해물로의 링크와 저작권침해죄의 방조', "정보법판례백선(Ⅱ)", 한국정보법학회 편, 346~353쪽입니다.


관련 사건


(1심)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2012. 6. 21. 선고 2012고단131 판결

(2심, 원심) 청주지방법원 2012. 10. 19. 선고 2012노626 판결

(대상판결)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사실관계


이 사건의 피고인은 만화정보 교환사이트(츄잉)의 운영자입니다. 그런데 피고인 운영 사이트의 개별 게시판에서 일부 회원들이 게시한 '정보'는 해당 만화 혹은 그 만화동영상의 각 번역본이 게시된 해외 블로그 등으로의 직접링크(이하 '이 사건 링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것들은 저작권자 등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복제되거나 번역 등을 통해 변형되어 업로드된 것들이었습니다. 일본측 출판사로부터 한국어 번역본 출판에 관한 권리를 부여받은 한국 측 출판사가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검사가 저작권법위반방조죄로 기소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1심법원은 피고인의 죄책에 관해 "(이 사건 링크를 건 일부 회원들이 링크를 통하여) 복제·배포 등을 하는 행위를 그대로 방치하여 상습적으로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저작권법위반방조죄의 책임을 긍정하고 유죄판결을 하였습니다.


2.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1심판결을 뒤집고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방조책임을 추궁함에 있어 그 방조대상이 무엇인지에 관해 ① 링크대상인 침해저작물을 해외블로그에 처음 게시한 행위인 경우, ② 이 사건 링크행위인 경우로 나누어 판단하였습니다.


① 우선, 피고인이 이 사건 링크행위와 함께 ①의 행위를 방조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였습니다. "... 인터넷 이용자 등이 외국 블로그에 이 사건 디지털컨텐츠를 게시하는 순간 범죄는 기수에 이르지만 그 이후 위 게시를 철회하기까지는 실행행위가 종료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위 게시가 철회되기까지는 유·무형의 방법으로 방조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 방조행위는 복제권 침해의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방법으로만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링크 행위나 이 사건 링크 글을 방치하는 행위는 인터넷 이용자 등에 대하여 복제권 침해의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 등과 무관한 지위에서 단순히 인터넷 이용자 등에 의하여 복제권이 침해된 상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그 행위를 방조행위로 볼 수 없고, 그 행위가 복제권 침해행위로 인한 피해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링크 글을 삭제하지 않고 방치하였다고 하여 인터넷 이용자 등이 외국 블로그에 이 사건 디지털컨텐츠를 게시하여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조하였다고 할 수 없다."


② 이 경우에는 다시 이를 두 가지로 구분하여 판단하면서, ⓐ 이 사건 링크행위 자체는 대법원 선례들[각주:1]의 입장에 따르면 복제행위나 배포행위가 아니어서 복제권 및 배포권 침해의 정범에 해당하지 않으며, ⓑ 피고인의 방치행위가 ①과 같은 정범의 행위에 대한 방조를 다시 방조하는 '방조의 방조'(간접방조)에 해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더라도, 앞의 ①에서 판단한 대로 이 사건 링크행위가 방조행위가 아닌 이상 피고인의 행위를 간접방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도 항소심을 지지하면서 상고기각판결을 하였습니다. 다만 상고심인 이 사건 판결에 이르러 대법원은 복제권과 더불어 공중송신권 침해와 관련된 링크의 방조 여부까지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링크행위가 저작권법상 복제나 전송행위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선례[각주:2]에 따라 다시 한 번 이 사건 링크행위가 정범행위일 수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대법원은 이 사건 링크행위가 방조행위로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비록 외국 블로그에서 이 사건 디지털컨텐츠에 관한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고 있고 인터넷 이용자가 위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그러한 외국 블로그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이상과 같이 이 사건 링크행위가 직접 정범행위가 되거나 혹은 방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이 이 사건 링크를 삭제하지 않고 방치하였다 하더라도 역시 방조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상판결에 대한 학계의 입장


1. 이 사건 판결의 진의는 외국 블로그에 침해저작물이 업로드되면서 복제행위와 공중송신행위가 이미 끝난 이상 설령 나중에 링크를 걸었다고 하더라도 당해 복제행위나 공중송신행위 자체에 조력할 여지가 없으므로 방조가 되지 않는다는 뜻에 불과하다는 견해입니다. 따라서 링크가 걸린 이후 이루어진 송신에 관해서는 방조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봅니다.[각주:3]


2. 공중송신권 침해행위는 업로드로 기수에 도달할 뿐 범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당해 콘텐츠가 삭제될 때까지는 일반공중의 접근가능성을 허용한다는 의미에서 계속범에 해당한다고 이해합니다. 따라서 계속범에 관해서는 기수 이후에도 방조범의 성립이 가능하며 링크의 설정은 일반공중의 접근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증대시키는 행위이므로, 당해 링크를 통해 실제 송신이 이루어지는지에 관계없이 형법상 방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현행 저작권법 제102조 제1항 제4호와 충돌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비판합니다. 동 조항이 '정보검색도구' 서비스제공자에 관해 책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링크 등 검색서비스 제공행위가 일단 방조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각주:4]


3. 전송행위의 핵심은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 즉 WIPO 저작권조약(WCT) 제8조에서 말하는 '공중에게 이용가능하게 하는 것(making available to the public)'에 있다고 봅니다. 그에 따라 실제로 송신되었는지 또 얼마나 송신되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는 견해입니다. 요컨대, 전송이란 단지 어떤 저작물 등을 공중에게 이용가능하게 제공함으로써 완료되는 것이므로, 이미 공중에게 이용가능하게 제공된 저작물에 링크를 걸어놓았다고 하여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대상판결의 취지는 전송의 이러한 본질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봅니다.[각주:5]


보론


형사법과 저작권법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가 쉬운 글입니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논란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판결이며, 저작권법상 전송권의 이해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견해가 나뉠 수도 있습니다(위 견해2와 3 참고).


대부분의 견해들이 문제된 사이트를 처벌해야 한다는 정책적 입장을 취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을 통해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합니다. 대상판결의 취지는 현행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망법상 사이트 접속차단과 관련하여 같은 쟁점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동법상 접속차단권은 미래부장관이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작권 침해 콘텐츠인지를 동 위원회가 심의할 수 있는지, 혹은 그 링크행위 자체가 저작권법 위반임을 판단할 수 있는지입니다. 대상판결의 취지를 존중한다면 이러한 사이트들의 접속차단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에게 접속차단권 주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접속차단권을 긍정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정책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1.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5도872 판결. [본문으로]
  2.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0637 판결 등. [본문으로]
  3. 이해완, "인터넷 링크와 저작권침해 책임", 한국저작권법학회 2015 상반기 학술세미나 발표자료집(2015). [본문으로]
  4. 박준석, "인터넷 링크행위자는 이제 정범은 물론 방조범조차 아닌 것인가?-대법원 2012도13748 판결의 문제점과 저작권 형사범죄 처벌의 논리-", 산업재산권 48호(2015. 12.). [본문으로]
  5. 박성호, "2015년 지적재산법 중요 판례", 인권과 정의(2016. 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