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시리즈물(?)의 2번째 챕터는 이스포츠의 저작물성으로 하려고 했으나, 저의 게으름과 기타 여러 사정이 겹쳐져서 계속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마침 나중에 쓰려고 생각한 것이기도 하고, 오늘의 핫 이슈가 된 강제적 셧다운제 헌법소원의 헌재결정에 대해 간단하게 다뤄볼까 합니다.
헌재 다수의견의 요지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결정은 총 9명의 헌법재판관의 판단에 따릅니다. 이 중에서 6명이 위헌의견을 내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것은 위헌결정을 받게 됩니다. 제가 지금 법학전공자를 상대로 한 글이 아닌지라 간단히 설명하고 있는 것인만큼 이론적 깊이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은 늘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총 7명이 합헌의견을 내렸습니다. 압도적 합헌이죠. 가장 최근의 간통죄 위헌사건에서 5대4 판결(위헌의견이 다수인 5명이지만 정족수에 미치지 못함)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그만큼 헌법재판관들은 셧다운제 조항(정확히는 청소년보호법의 당해조항입니다)의 위헌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직까지 결정 전문이 나오진 않은 관계로, 결정요지를 토대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더 이론적 깊이가 있는 평석을 원하신다면 한 달 정도 기다리시면 전국의 수많은 법조인들이 관련 평석을 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사건 처벌조항은 그 자체의 고유한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전제되는 이 사건 금지조항이 위헌이어서 당연히 위헌이라는 취지이므로, 이러한 경우 구성요건조항과 별도로 규정된 벌칙조항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이번 헌법소원에서 청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중에는 벌칙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두 종류의 법에 대해 위헌임을 가려달라고 청구한 건데, 한 종류는 "어떠어떠한 행위를 금지한다"는 법이고 다른 한 종류가 "그런 행위를 했을때 이렇게 처벌한다"라는 법인 셈입니다. 헌재는 벌칙조항의 경우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다고 봐서 심판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항상 벌칙조항이 심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상 ‘인터넷게임’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에 따른 게임물 중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게임의 시작 및 실행을 위하여 인터넷이나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망에의 접속이 필요한 게임이라면 기기나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인터넷게임에 해당하고 게임산업법상 게임물이 아니거나 정보통신망에의 접속이 필요 없는 게임은 인터넷게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인터넷게임’의 의미는 명확하다. 한편 청소년보호법 부칙 조항 및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에 관한 여성가족부고시(제2013-9호)에 의하여,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이용하는 인터넷게임에 대하여 그 적용이 유예되고 있는데, 이는 이 사건 금지조항의 적용범위를 축소하는 것이어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항이라 보기 어렵고, 일부 인터넷게임에 대하여 적용이 유예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하여 이 사건 금지조항에서 정한 ‘인터넷게임’의 의미가 불명확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아마 청구인들은 법상 사용되는 인터넷게임이라는 용어 자체가 불명확하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청구인들이 무얼 청구했는지 정확히 알려면 헌법소원청구서가 필요한지라... 제 기억엔 어디선가 돌아다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요즘 정신없는지라 찾아보진 못했습니다.
이 사건 금지조항은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 및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하여 일정 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다.
인터넷게임 자체는 오락 내지 여가활동의 일종으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으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인터넷게임에 과몰입되거나 중독될 경우에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 및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은 인터넷게임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 한하여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고, 기타 과잉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여성가족부장관으로 하여금 2년마다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하고 시험용 또는 교육용 게임물에 대해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며,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자발적 요청을 전제로 하는 게임산업법상 선택적 셧다운제는 그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한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금지조항의 대체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므로 침해의 최소성 요건도 충족한다. 나아가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 및 중독 예방이라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법익 균형성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이 인터넷게임을 제공하는 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여가와 오락 활동에 관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이른바 과잉금지원칙에 대한 판단부분입니다. 기본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이 있을 경우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검토하는 이론입니다. 그 순서는 목적의 정당성 → 수단의 적합성 → 침해의 최소성 → 법익의 균형성입니다. 각 요건이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는 생략하겠습니다. 위 요지에서도 각각의 요건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통 어떤 법률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 문제되는 부분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입니다. 제 정신으로 만든 법이라면 그 법률의 목적이 일견 수긍할 수 있을 것이고(보통 그러한 목적은 그 법의 제1조에 드러납니다), 법상 규정된 방식을 취했을 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법이 가하는 침해가 최소한도의 수단을 취하고 있는지, 침해되는 개인의 이익이 공익에 비해 큰지가 문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들이 입증에 주력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약간 의아한 점은, 침해 최소성 부분에서 선택적 셧다운제를 언급한 부분입니다. 선택적 셧다운제가 대체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강제적 셧다운제만이 유일한 수단이고 따라서 침해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식으로 논지가 전개되고 있는데 이런 논지 전개가 타당한지 의문입니다. 어쨌든 다른 대체수단이 있는 이상 침해 최소성 요건에서 문제가 되어야 하는데, 다수의견은 이러한 논리흠결을 무릅쓰고 위헌의견을 도출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 문제삼고 싶은 부분이 많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가장 뒷머리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인터넷게임은 주로 동시 접속자와의 상호교류를 통한 게임 방식을 취하고 있어 중독성이 강한 편이고, 정보통신망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면 언제나 쉽게 접속하여 장시간 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른 게임과 달리 인터넷게임에 대해서만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또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하고 게임법상 등급분류를 받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공되는 인터넷게임물에 대해서는 그 제공업체가 국내 업체인지 해외 업체인지를 불문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이 적용되므로, 일부 해외 서버를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게임물에 대하여 이 사건 금지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 해외 업체에 비하여 국내 업체만 규율함으로써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부분은 게임업체의 평등권 침해에 대해 판단한 부분입니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은 청소년, 학부모, 게임업체가 청구한 사건입니다(2개의 사건이 병합심리). 게임업체는 해외 업체와의 차별을 이유로 평등권 침해 주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요지 중에서 "일부 해외 서버를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게임물"은 차후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 쟁점은 국제법이나 국제거래의 쟁점도 담고 있기에 헌재가 어떤 것을 보고 저렇게 말한건지 나중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검토
2011년 말부터 시작된 셧다운제 헌법소원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물론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언제든지 다시 제기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이와 다른 취지의 결정(한정위헌이나 위헌 등 위헌취지 결정)이 나오긴 힘들어 보입니다.
헌법재판관 9인은 법조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보수적이라는 의미는 정치적 의미가 아닌 제도나 윤리관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은 일반적인 소송과 달리 다분히 정치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헌법재판의 결정에 있어서는 법적인 논리보다는 일반적인 시각 내지는 정치적 결단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는 행정수도 이전사건이었습니다.
결국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봤을 때, (여러 가지 논리적 흠결을 무릅쓰고서라도)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에게는 법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 됩니다. 그런데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기본권에 대해 가진 포지션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뜬금없는 질문 한 가지를 던져보겠습니다.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많은 분들은 반대할 것이고, 그 중 몇몇 분들은 "청소년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므로 선거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청소년 스스로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 역시 "미성숙한 존재들이므로 법을 통해서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도 가능하지 않은가요?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논리적 사고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게도 선거권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러한 점이 청소년과 관련된 법적 규제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사고방식이 됩니다. 물론 제가 바로 위에서 제기한 선거권 문제는 이번 헌법소원 사건과는 약간 핀트가 다릅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헌법재판관들에게는 저러한 논리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셧다운제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지난 몇 년간 학계에서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어왔고, 이론적으로도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것은 재판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다시피 헌법재판에서 기초가 되는 입장은 가장 보수적인 가치관에서 바라 본 사회의 방향입니다.
간통죄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 내지는 위헌법률심판은 현재 몇십 년째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밝혔다시피 가장 최근의 결정에서는 5대4 결정이 나왔습니다. 아마 다음 청구에서는 위헌결정이 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셧다운제의 위헌성 판단도 이처럼 머나먼 여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헌법재판소보다 사회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신다면 헌법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 요지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 반대의견(재판관 김창종, 조용호)
○ 강제적 셧다운제는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기초한 것으로, 문화에 대한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에 반하여 국가가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에 반한다.
○ 이 사건 금지조항의 적용대상인 ‘인터넷게임’의 의미와 범위는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입장에서 볼 때 처벌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바, 청소년보호법 부칙 조항 등에서 심각한 중독의 우려가 없는 인터넷게임물에 대하여 그 적용을 유예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판단기준 등에 관해 법에서 전혀 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일반인으로서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인 인터넷게임의 범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 또한 이 사건 금지조항은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 및 게임 제공자의 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데, 입법목적 중 ‘청소년의 수면시간 확보’가 이러한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인지 의심스럽고, 기본적으로 인터넷게임을 유해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청소년이용가능 게임이 실질적으로 그 적용대상이므로 장시간 이용으로 인한 유해가능성이 없을 때에는 그 예외가 인정되어야 함에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게임산업법상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자율적 요청에 따라 이용시간 등의 제한조치를 할 수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한다. 그리고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이용률이 원래 높지 않았고, 타인명의로 접속하는 경우 통제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이 적은 반면, 과도한 규제로 인한 기본권 침해 및 매출규모 1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인터넷게임 시장의 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
○ 인터넷게임과 다른 게임 사이에 중독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인터넷게임만 규제하고 있고, 사실상 국내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하거나 기간통신사업자로 허가받은 인터넷게임 제공자인 국내 게임업체가 주로 강제적 셧다운제의 규율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국내 인터넷게임 제공자들의 평등권도 침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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