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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게임과 법률

[게임과 법률 #3] 검열제도와 게임의 등급분류

오늘 트위터에서 이러한 트윗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게임심의를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너무 이상한데, 영화의 사전심의도 위헌판결이 났고 (2001년), 음반 사전 심의도 철폐되었다. (1995년)(실제로 검열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긴 하다.)

2006년엔 외국음반을 국내에 들여올때 영등위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위헌났다. 지금 헌재에 가면 사회분위기상 합헌이 날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게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다는 사실을 모두들 망각하는 듯 하다.

(@krucef 님)


직접적으로 아는 분이 아니라서 말을 걸긴 조심스럽지만, 재밌는 주제가 나온 김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심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전심의제에 해당할까요?


사전심의제와 등급분류제


주지된 바와 같이, 영화의 사전심의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계기로 사라집니다.


영화법 제12조 제1항, 제2항 및 제13조 제1항 이 규정하고 있는 영화에 대한 심의제의 내용은 심의기관인 공연윤리위원회가 영화의 상영에 앞서 그 내용을 심사하여 심의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영화에 대하여는 상영을 금지할 수 있고,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영화를 상영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 그 핵심이므로 이는 명백히 헌법 제21조 제1항 이 금지한 사전검열제도를 채택한 것이다(헌법재판소 1996. 10. 4. 자 93헌가13, 91헌바10 (병합) 결정)


영화의 사전심의제가 사라지자 국가 입장에서는 표현물을 통제할 수단이 사라졌습니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는 좋아졌지만, 국가나 주류 사회 입장에서는 아동들에게 포르노를 틀더라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을 납득하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을 하지 않으면서) 헌법이 용인하는 한도 내에서 이를 규제할 방법이 필요해졌습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등급분류제입니다.


등급분류제의 특징


등급분류제의 특징은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등급분류는 "내용"에 대하여 이루어진다.

(2) 등급분류는 "유통 이전"에 이루어진다.

(3) 등급분류는 유통을 "금지하지 않는다"

(4) 등급은 청소년의 연령을 기준으로 구분된다.


검열제도와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3)입니다. 검열은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을 때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됩니다. 반면 등급분류는 그 결과에 따라 유통이 차단되어서는 안 되며, 만약 유통이 차단되는 요소가 있다면 이는 검열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과거 영화의 등급보류제도에 대해서 같은 취지로 위헌결정이 난 바 있습니다.


등급분류보류의 횟수제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등급분류보류기간의 상한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발생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3개월 이내의 일정한 등급분류보류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등급분류보류의 원인이 치유되지 않는 한, 즉 영화제작자가 자진해서 문제되는 내용을 삭제 내지 수정하지 않는 한 무한정 등급분류가 보류될 수 있다. 이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등급분류보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무한정 영화를 통한 의사표현이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2001. 8. 30. 자 2000헌가9 결정).


등급분류를 국가가 강제하는지 여부에 따라서는 다양한 입법례나 관행이 존재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국가강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취한 것에 대해 다양한 찬반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등급분류제도가 사전심의에 해당하고 동시에 검열에 해당하므로 위헌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입장이 사회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적어도 게임의 등급분류제가 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미 국제적으로 상당한 이론적 기초가 마련된 제도인데다가 지난 20년간 헌법재판소의 확고한 견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게임진흥법상의 등급제도가 이러한 검열이었다면 이미 전문가 분들께서 위헌결정을 받아내셨겠지요?




참고자료: 황슴흠, '게임 등급분류의 특례와 자율규제: 영화 등급분류와 비교하여', 법학논총 제26권 제3호, 국민대학교 법학연구소,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