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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Movies

인터스텔라 (Interstella)




※ 최대한 스포일러 요소를 배제하고 쓰려고 했습니다만, 일부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오늘 새벽에 인터스텔라를 두 번째로 보게 되었다. 처음은 일반 영화관이었고, 이번에는 왕십리 CGV의 아이맥스관에서 보았다. 인터스텔라를 아이맥스관에서 보기 위해 2주 전에 평일 새벽 표를 예매해야 했다. 여전히 인터스텔라 아이맥스 버전의 인기는 폭발중이고 예매는 문전성시다. CGV에서는 아이맥스관 암표상 단속도 한다는 공지를 은연중에 보기도 했다.


아이맥스로 봤을 때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점은 우주에서의 장면들이다. 다른 부분들(배우들의 연기에 맡겨진 부분)은 아이맥스 전체 화면을 쓰지 않는다. 우주 부분이 나왔을 때만 영상이 세로로 늘어나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 영화를 보게 되니 처음 봤을 때 이해가 안되던 부분들이 많이 이해되기도 했다. 처음에 이해가 안되던 부분 중 몇 가지는 초월번역된 자막의 영향이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집중해서 들으니 왜 이 단어를 이렇게 번역했나 싶은 게 몇 가지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끝까지 지켜보며 문득 쥘 베른이 떠올랐다.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로"는 대포를 타고 달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지금 듣기에는 다소 황당무계한 이야기지만, 나름 작가의 과학적인 식견이 담겨 있었고 언젠가 인간이 달에 갈 수 있다는 꿈이 담긴 SF 소설이었다. 당대의 사람들은 이 소설을 보고 우주여행에 대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실제로도 여기에 영향을 받은 많은 우주과학자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19세기의 상상력이 인간을 지구에서 달로(De la Terre a la Lune-쥘 베른 소설의 원제다) 이끌었다면 이 영화는 다른 성간으로의 여행(Interstella)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 많은 과학적인 소재들이 이제 막 과학자나 우주비행사의 꿈을 가지게 된 어린이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상에 사로잡힌 마음이 언젠가는 그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인간이 갈 수 있는 새로운 땅이 기다릴 것이다. 처음에는 위성궤도, 나중에는 달을 개척한 선구자들처럼. 그리고 마치 아버지의 메세지를 해석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 극중의 머피처럼.


물론 모순적인 설정이나 현재 알려진 과학적 지식과 충돌하는 모순점을 지적하는 이 영화에 대한 리뷰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나도 그런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의 가장 큰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 않을까. SF는 인간의 꿈을 담고 있고, 언제든지 현실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